사람들이 때로는 우스개로 삼고, 때로는 거침없이 욕을 해대는 한국의 정치. 그러나 정치란 결국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공동체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놓은 합의된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을 부정해버리는 순간. 공존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구조가 정말 어디서부터 손봐야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게 꼬여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구조 하에서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보다는 약육강식과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릴 가능성이 더 크다.
근데 관심을 가지고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래도 정치개혁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언론이었다. 그리고 언론의 문제는 비단 조, 중, 동에 국한된게 아니었다.
조, 중, 동 같은 메이저 언론들은 고의적으로 여론을 조장하고, 마이너 언론들은 역량이 안되서 받아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여론을 증폭시키는데 일조한다. 차라리 한나라당 같은 분들이 여론을 조장하려고 하는 것은 쉽게 분별이 가기 때문에 낫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나서서 여론을 통제하려고 할 때, 그것 또한 너무나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대중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매개체 자체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을 경우, 그것을 구분해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사람들이 유료든, 무료든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자 할 때는, 그 정보가 사실일거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 근거가 부정될 때, 어떻게 언론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 근데 대한민국의 언론사들은 그러한 사람들의 믿음을 악용한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의 언론들은 사실을 비꼰다. 애초에 특정한 관점에서 data를 편향되게 모으기때문이기도 하지만. data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기사는 내야 하는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로 살을 붙이기 때문이다. 오류의 가능성은 곳곳에 넘쳐난다. 이로 인해 형성될 잘못된 여론 형성을 막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처음 기사를 낼 때부터 불확실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명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안된다면 최소한 앞서 나간 기사 중, 잘못된 부분들은 추후 기사에서 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대통령도 사과를 하고 잘못을 하면 검찰에 끌려가지만 언론은 절대로 그런 법이 없다. 지난 몇 십년동안 언론의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고쳐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감시자도 없고, 잘못을 했을 때 벌을 내릴 기관도 없다.
원래는 정상적인 구조라면 소비자가 심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언론환경은 소비자의 선택과 언론의 생존이 전혀 무관한 구조이다. 언론이 유일하게 무서워할 것이 있다면 자신의 비호세력이 사라지는 것 뿐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은 매 번 정권 길들이기를 한다. 알면 알수록 대한민국의 진짜 통치자는 경제적으로는 삼성 회장이며, 정치적으로는 메이저 언론의 사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트위터와 같은 1인미디어가 활성화되면, 기존 메이저 언론의 지배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언론들이 자정노력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존 메이저 언론들이 긴장을 하긴 했다. 그런데 그들이 찾은 방법은 스스로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비호세력을 통해 법을 개정하고, 권력기관들을 움직여서 자신의 기득권들을 위협할만한 정적들을 제거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여론을 조장하였다.
언론개혁을 얘기하면 조중동을 떠올리지만, 솔직히 조중동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 중, 가장 적극적으로 언론개혁을 시도했지만 여기에 반발한 것은 조중동만이 아니었다. 언론인들 모두가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하나가 되어버린다.
모든 논의를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으로 치환시켜버리는 것은 언론개혁에서도 피해야할 부분이다.물론 한겨례 같은 신문은 조중동이 하는 수준의 소설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겨례는 선이고, 조중동은 악인 것이 아니다. 언론개혁은 애초에 언론사들이 기사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과 기자들의 문화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기존 언론들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사블로거 중에 미디어몽구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살아있는 정보들을 영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아마 미래의 언론은 바로 이러한 블로거들의 총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독설닷컴의 주인장으로 알려져 있는 고재열 기자는, 더 이상 기자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 코디네이터다 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얘기한 바 있다. 솔직히 정보 수집력에서 이제는 그 어떤 회사나 기관도 개개인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사의 역할은 이제 취재가 아니라 이러한 정보들을 사용자들이 보기 좋게 정리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현재 포털이 각 언론사의 정보를 받아서 소싱해주는 것처럼, 이제는 언론사들이 개인이 수집한 정보들을 소싱해주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기존의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는 그런 면에서 과도기에 놓여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종진화형이 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초 발생한 사건이 정보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각색되거나 윤색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며, 정보 전달시 사실과 의견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사의 역할은 따라서 매우 제한적이 되어야 하며, 아주 기계적인 역할만을 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언론사는 어찌보면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세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 물론 어느 언론사도 망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생각에 반대하겠지만. :)
우리 나라는 이미 인터넷망이 잘 발달되어 있다. 물리적으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사회 이슈에 대해 네티즌들이 활발하게 토론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사실 더 이상 기존의 언론은 필요 없을 지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물리적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가진 개인의 정보 수집력을 커버하기 위한 정보수집기관 정도만 있으면 된다. 마치 기상청에서 일기예보 정보를 생산하면 각 회사와 기관이 갖다가 사용하듯이, 정보수집기관에서 곳곳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올려놓으면 필요로 하는 이들이 갖다가 쓰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정보수집기관이 도덕성을 상실하고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정보수집기관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자발적 정보제공자들이 올리는 내용을 단지 취합하는 역할만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사실에 대해 서로 상반된 정보들이 올라온다면, 정보이용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어느쪽이 참인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위키트리를 보면서 이러한 내 생각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아무튼 현재의 한국 언론이 생산하는 내용은 대부분 쓰레기에 가깝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메이저 언론으로부터 당신의 눈과 귀를 닫고, 대신 각종 SNS와 친해져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다리품을 팔아야 하듯이, 어떠한 사건에 대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블로거와 수많은 트위터를 누빌 필요가 있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한 노력 없이는 사실에 접근할 수 없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만큼 퀄리티가 낮다.
이는 정말 비효율적이다. 오늘 갑자기 언론개혁이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정보제공이라는 언론사의 기본 서비스에서도, 가격비교 사이트 같은게 필요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였다. 언제쯤 이러한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 참고로 위 기사를 발견한 것은 내가 팔로윙하는 트위터 사용자로부터다. 트위터를 사용하면서부터 나의 정보력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그나마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의 뉴스를 볼 때는 종종 신문, 잡지 기사도 사 보았던 것 같은데-결국은 같은 기사들이 보여주는 매체만 달라진 것 뿐이니까-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길들여지면서부터는 정말로 시간 때울께 없는게 아닌 이상은 사보지 않는다. 지하철에서도 아이폰으로 트위터 보면 되니까.
소셜미디어들이 가지는 쌍방향 소통에 길들여지면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기존 미디어들에게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필요한 것은 누군가는 넘쳐나는 정보들의 우선 순위를 정리해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이 과정에서 언론 권력이 생기고, 언론사의 프레임에 따라 특정 사실에 대한 고의적인 외면이 일어난다. 그러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놀랍게도 바로 기사가 처음 작성되어, 수정되고, 선정되어 탑에 오르는 전 과정을 나 같은 개인에게 넘겨버린 사이트가 나와버렸다.
위키트리를 운영하는 (주)소셜뉴스의 CEO는 미국 클레이 셔키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들이 미디어 변화 단계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음을 얘기한다.
1. “미디어가 독자에게 뉴스를 제공한다. (Media provides news to readers.)”
2. “개개인이 미디어에 말을 한다. (Individuals talk back to media.)”
3. “청중들은 서로 직접 말을 주고 받는다. (Audiences can talk directly to others.)”
- 클레이 셔키 교수가 말하는 미디어의 변화 단계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져버렸듯이, 소셜미디어는 독자와 기자의 구분을 무너뜨렸고, 위키트리와 같은 서비스에 이르러서는 아예 전통적인 미디어의 개념 자체를 붕괴시켜버렸다.
그러나 어떠한 서비스가 트랜드에 부합된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위키트리는 그러한 면에서 전통적으로 언론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광고수익을 앞으로 얼마나 올리느냐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일단 위키트리 서비스 자체는 성공적으로 런칭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100% 개개인 참여에 의존하는 언론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처음 서비스 개시 때만 해도 가졌는데, 잘 굴러가는 것은 물론, 위키트리만이 가능한 특집들을 계속 전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강성종 박사 사건 같은 경우가 그 예다. 아직 기존 언론은 아예 기사로 보도하지 조차 못했다.
위키트리까지 구독하고보니, 나는 이제 정말 기존 언론의 필요성을 전혀 못느끼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들은 느리고, 정확도도 떨어지고, 심지어 자기네들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을 왜곡까지 한다. 왜 그런 미디어를 봐야 하는지. 돈을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시간을 내주는 것조차 아깝다.
물론 아직은 나같은 사람들이 소수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인간은 한 번 좋은 것을 맛보면, 그보다 나쁜 것으로는 안 가게 마련이다. 점점 나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겠지. 다만 이는 분명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이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가는 것인데, 이를 가만 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그 때문에 한동안은 변화가 보류되는 정체기가 대한민국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독자들은 이미 인터넷의 영향력을 신문보다 높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광고주조차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가 작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KBS, MBC에 이어 네이버가 이름을 올렸다. 포털이 웬만한 방송이나 신문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 하나의 Fact가 이미 온라인 뉴스가 기존 오프라인 신문들의 자리를 대체하였음을 보여준다.
(명대표님의 인터뷰 내용 데로, 이미 게임은 끝났다.)
그러면 그 다음은? 실제로 포털은 말 그대로 창구 역할을 할 뿐이다. 결국 인터넷 언론은 소셜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직은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트위터의 인기 태그나 글 등을 뉴스로 싣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그 어떤 언론사도, 그 어떤 언론인도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보다 신속하고, 폭넓게 뉴스를 취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아마 결국 언론인들의 역할이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내용을 지켜보다가, 그 중 기사거리가 될 만한 것을 정리해서 보내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춘 것이 기존의 인터넷 포탈이었기 때문에, 현재 네이버와 같은 포탈 사이트들이 방송사에 이어 영향력 있는 매체로 등극한 것이다. 그리고 포탈이 방송사를 누르지 못한 이유는 아직 인터넷 보급률이 TV보급률을 앞지르지는 못하기 때문일뿐, 인터넷 보급률이 TV보급률을 넘는 순간 이 순위는 역전될 것이다.
현재 TV는 연령과 성별을 초월하여 사람들이 매일 보고 있지만, 인터넷은 아직 TV만큼의 사용자 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당연히 시간이 흘러갈 수록 인터넷 보급률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 인터넷 인구의 증가는, TV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보급률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미 휴대폰 보급률은 TV보급률보다 높은 상황이다.)
종국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TV시청자를 넘어서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또한 TV도 인터넷이 가능한 쌍방향 TV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사실상 단방향 매체로서의 TV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이슈를 만들고, 이슈를 퍼뜨리는 것이 특정한 매체가 아닌,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되는 시대가 왔고, 점점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가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란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 기구들의 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 수준에 따라 그 합은 집단지성이 될 수도 집단 광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