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게된 계기는 아래 서적 때문이다.
게임 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 ··· 91087531
노이즈마케팅에 동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책 소개를 안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이 글을 읽는 사람은 호기심 때문에 찾아볼 것 같아서 그냥 링크를 걸었다.
이런 책에 대해서는 보통 무관심으로 대응하는게 좋은 방법이지만, 사람들이 간과할만한 지점을 지적하고 싶어서 쓰는 글.
이미 이 책의 발간 후, 저자의 과거 잘못이 드러나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지오스큐브 “소프트맥스에 사과합니다” http://www.gamemeca.com/news/news_view ··· 20050406)
이슈가 될만한 내용으로 책을 냈으니 이러한 과거사가 드러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겠으나, 이걸 문제 삼는 것은 저자에 대한 인신공격 밖에 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을 가지고 책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 쓰는 글에서는 책 내용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쓰고자 한다.
1. 게임회사 CEO라는 함정
이 책의 마케팅 포인트는 '전직 게임 CEO가 업계의 비밀을 까발려준다!'이다. 좀더 풀어보면, '게임=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사실은 게임업체 사람들도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돈벌이 때문에 그 진실을 숨기고 있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돈주고 사서보는 사람이 있다면 애초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의 편견을 더 견고히 하고, 그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그런데 게임회사 CEO라고 다 같은 게임회사 CEO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게임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게임을 직접 만들거나 게임에 대한 전문가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게임회사 또한 CEO와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사이에는 역할의 차이만큼이나 제품의 이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실제로 많은 게임회사에서 게임에 대한 무지한 CEO 때문에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고생하곤 한다. 이러한 얘기는 굳이 필드에 있지 않더라도 온라인 게시판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많은 IT업체가 개발자들이 모여서 창업하면서 만들어지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 케이스가 아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의 이 저자는 지금까지 아는 바로는, 이 회사의 창립 이전에는 게임을 직접 만든 적이 없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게임회사 사람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게임을 만드는게 너무 좋아서 몇 달씩 밥먹는 것도 잊고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사람-와는 거리가 멀다.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비판하려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저자가 게임 개발자가 아닌 이상,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방법은 결국 게임을 많이 하고 연구하는 길 뿐이다. 근데 나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즐겨 해오면서 지금까지 여러 게임 관련 동호회 활동과 또 평론도 수시로 해가면서 국내에 왠만한 매니아들을 알고 있는데 이 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분이 쓴 컬럼을 몇 개 읽어보았는데 그 컬럼의 내용 또한 일반적인 게임 평론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게임 전문가라기보다는 사업가의 인상이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게임회사를 운영하면서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이 설립하신 회사를 찾아보았다. 근데 재밌는 건, 내가 이 회사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국내에 '모바일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주욱- 모바일업계에서 일을 해왔다. 국내에 어떤 식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태동을 했고, 성장해왔으며 지금에 이르러왔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저자의 회사는 매우 생소했다. 책 소개에는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딱 잘라 말하건데 모바일게임 업계 내에서는 그다지 유명한 사람, 아니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튼 내가 전혀 모르는 회사, 내가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 검색을 해보니. 회사 약력이 참 재밌었다.
저자의 회사는 2004년도에 설립한다. 그 때쯤이면, 이미 모바일게임 시장에 한창 불이 붙었을 때다. 반면 진입장벽은 낮아서 기회를 노리는 많이 이들이 모바일게임을 해보겠다고 달려들 때다. 정말 어중이떠중이들이 저마다 회사를 차려서 통신사에 CP등록을 했던 시절이다. 이 회사가 어중이떠중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확실한 건, 이미 시장이 형성된 다음에 뛰어들었다는 거고 그렇다면 게임업계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 회사는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후, 창작보다는 제휴 콘텐츠로 승부한다. 게임 개발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자기 게임 만들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투자 까지 받았으면서 그 자본으로 타사의 게임을 모바일로 포팅하는 작업을 했다는 것은 애초에 게임 창작 보다는 비즈니스를 우선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가 이러한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상황에서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창작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그냥 돈을 받고 주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이 때에 CEO는 그것을 지시하는 사람일 것이고. 이어서 이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 '북천항해기'는 누가봐도 copy game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copy game 자체를 뭐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copy game은 매우 많고 저작권을 교묘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러한 게임을 제작했던 업체는 지금까지도 매우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copy game의 발상 조차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이 회사가 가진 크리에이티브를 의심스럽게 한다. 결국은 다른 업체가 이와 같은 해상 전투 게임을 내놓자 따라 내놓은 것 아닌가? 이후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내가 웹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약력에 언급된 게임은 이와 같은 copy game과 제휴게임 뿐이다.
자금조달 능력이나 업무 제휴 능력, 판매 등에 있어서 재능이 있었던 CEO일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만 봐서는 애초에 '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아니 '창작'에 대한 마인드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창작품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게임을 예술의 한 형태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잠깐 등장하는 픽셀아트 하나도 디자이너들이 원화를 그린 후, 다시 PC로 작업하는 방식으로 창작을 해왔기 때문이다. 각각의 게임이 미술, 문학, 음악 등의 여러 분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고 게임 소비자들은 그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게임 제작자가 되어 그러한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초창기 패키지 게임 제작사들이 그러했고, 초창기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그러했다. 또한 초창기 모바일게임 제작사들이 그러했다.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그들의 헌신으로 시장이 형성되면, 게임을 '산업'으로 보고 달려드는 수많은 이들이 단기에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게임을 제작하여 시장에 제품을 쏟아냈다. 나는 그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어찌되었든 그들 또한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게임'에 대한 논한다면, 나는 코웃음 칠 것이다.
지금까지 본 약력만으로도 이 분이 창작 작업에 대해서는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현재 온라인 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타회사 개발자를 데려와서 타사의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도용한 건-은 결정적으로 이 분이 '게임'을 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책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근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아시나요? 한 번도 제대로된 '콘텐츠'를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남의 콘텐츠를 배끼거나 단지 플랫폼만 바꿔서 서비스해왔던 분이 '콘텐츠'를 운운하는 건, 우끼지 않나?
이는 마치 자기 소설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남의 소설을 배껴 내던 사람이, 다른 소설가들을 비판하는 꼴이다.
2. 실험을 했다라는 함정
예전에도 MBC가 '게임이 유해하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수를 행해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실험이라는 것도 약간의 사회과학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황당한 내용이다.
어떠한 가설을 세운 후,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한다면 최소한 대조군이 있어야 한다. 또한 실험과정에서 다른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른 변수는 통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책 내용 어디에도 이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런 개념이 없었다고 보는게 더 정확할 듯 하다. 책의 내용은 실험이라고 말하기도 매우 민망한 수준의 것이다. 그냥 저자 본인이 열심히 게임을 해본 후, 내가 게임을 해보니 안좋은 점이 있더라 라는 자기고백을 기술한 것이다. 물론 이 또한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데 있어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수많은 데이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실제로 그 영향이 게임 때문에 일어났는지도 불분명한 그런 데이터.
결론을 얘기하면, 이 책의 저자는 애초에 말할 수 있는 진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 뭘 알아야 진실이든 거짓이든 얘기할 것 아닌가? 그냥 수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저자의 편견에 기초하여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과 경험을 서술했을 뿐이다.
그리고 게임회사(또는 게임업계 종사자)가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따위는 없다. 오히려 진짜 불편한 진실은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한 게임 중독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 최초에 중독되는 지점은 부모가 자기를 이해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 지점에서 아이는 다른 수단을 찾고, 아이들의 놀이 매체가 다양하지 못한 우리 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그것이 PC게임이다. 그리고 부모가 이 순간을 여러 가지 이유로 알아채지 못하다가 그것이 심화되는게 대부분의 경우다. 사전에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원활한 집안에서 아이가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게임 중독에 빠지는 사례를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또한 꼭 게임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문화 콘텐츠에 대한 보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게임은 나쁜 것이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게임 같은 하나의 문화 장르를 좋고 나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설의 경우, 여러 소설들을 좋은 소설, 나쁜 소설이라고 각자의 주관적 평가에 기초하여 분류할 수 있겠지만 소설이라는 장르 전체를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게임도 하나의 문화 장르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애초에 창작물에 대한 좋고, 나쁨의 평가도 각자의 주관에 따른 것이지, 절대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작품, 나쁜 작품은 없다. 마찬가지로 그 어느 게임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없다.
P.S. 글을 쓰다보니 오히려 저자가 더 안스러워진다. 아마 저 책 내고 욕많이 드셨을텐데...
그나마 같은 업계에 있던 사람으로서 욕 먹은 만큼 돈이나 버시길.
(그런 점에서 나도 노이즈마케팅에 동참?)
게임 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 ··· 91087531
노이즈마케팅에 동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책 소개를 안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이 글을 읽는 사람은 호기심 때문에 찾아볼 것 같아서 그냥 링크를 걸었다.
이런 책에 대해서는 보통 무관심으로 대응하는게 좋은 방법이지만, 사람들이 간과할만한 지점을 지적하고 싶어서 쓰는 글.
이미 이 책의 발간 후, 저자의 과거 잘못이 드러나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지오스큐브 “소프트맥스에 사과합니다” http://www.gamemeca.com/news/news_view ··· 20050406)
이슈가 될만한 내용으로 책을 냈으니 이러한 과거사가 드러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겠으나, 이걸 문제 삼는 것은 저자에 대한 인신공격 밖에 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을 가지고 책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 쓰는 글에서는 책 내용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쓰고자 한다.
1. 게임회사 CEO라는 함정
이 책의 마케팅 포인트는 '전직 게임 CEO가 업계의 비밀을 까발려준다!'이다. 좀더 풀어보면, '게임=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사실은 게임업체 사람들도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돈벌이 때문에 그 진실을 숨기고 있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돈주고 사서보는 사람이 있다면 애초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의 편견을 더 견고히 하고, 그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그런데 게임회사 CEO라고 다 같은 게임회사 CEO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게임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게임을 직접 만들거나 게임에 대한 전문가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게임회사 또한 CEO와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사이에는 역할의 차이만큼이나 제품의 이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실제로 많은 게임회사에서 게임에 대한 무지한 CEO 때문에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고생하곤 한다. 이러한 얘기는 굳이 필드에 있지 않더라도 온라인 게시판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많은 IT업체가 개발자들이 모여서 창업하면서 만들어지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 케이스가 아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의 이 저자는 지금까지 아는 바로는, 이 회사의 창립 이전에는 게임을 직접 만든 적이 없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게임회사 사람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게임을 만드는게 너무 좋아서 몇 달씩 밥먹는 것도 잊고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사람-와는 거리가 멀다.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비판하려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저자가 게임 개발자가 아닌 이상,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방법은 결국 게임을 많이 하고 연구하는 길 뿐이다. 근데 나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즐겨 해오면서 지금까지 여러 게임 관련 동호회 활동과 또 평론도 수시로 해가면서 국내에 왠만한 매니아들을 알고 있는데 이 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분이 쓴 컬럼을 몇 개 읽어보았는데 그 컬럼의 내용 또한 일반적인 게임 평론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게임 전문가라기보다는 사업가의 인상이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게임회사를 운영하면서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이 설립하신 회사를 찾아보았다. 근데 재밌는 건, 내가 이 회사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국내에 '모바일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주욱- 모바일업계에서 일을 해왔다. 국내에 어떤 식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태동을 했고, 성장해왔으며 지금에 이르러왔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저자의 회사는 매우 생소했다. 책 소개에는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딱 잘라 말하건데 모바일게임 업계 내에서는 그다지 유명한 사람, 아니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튼 내가 전혀 모르는 회사, 내가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 검색을 해보니. 회사 약력이 참 재밌었다.
저자의 회사는 2004년도에 설립한다. 그 때쯤이면, 이미 모바일게임 시장에 한창 불이 붙었을 때다. 반면 진입장벽은 낮아서 기회를 노리는 많이 이들이 모바일게임을 해보겠다고 달려들 때다. 정말 어중이떠중이들이 저마다 회사를 차려서 통신사에 CP등록을 했던 시절이다. 이 회사가 어중이떠중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확실한 건, 이미 시장이 형성된 다음에 뛰어들었다는 거고 그렇다면 게임업계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 회사는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후, 창작보다는 제휴 콘텐츠로 승부한다. 게임 개발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자기 게임 만들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투자 까지 받았으면서 그 자본으로 타사의 게임을 모바일로 포팅하는 작업을 했다는 것은 애초에 게임 창작 보다는 비즈니스를 우선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가 이러한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상황에서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창작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그냥 돈을 받고 주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이 때에 CEO는 그것을 지시하는 사람일 것이고. 이어서 이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 '북천항해기'는 누가봐도 copy game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copy game 자체를 뭐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copy game은 매우 많고 저작권을 교묘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러한 게임을 제작했던 업체는 지금까지도 매우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copy game의 발상 조차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이 회사가 가진 크리에이티브를 의심스럽게 한다. 결국은 다른 업체가 이와 같은 해상 전투 게임을 내놓자 따라 내놓은 것 아닌가? 이후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내가 웹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약력에 언급된 게임은 이와 같은 copy game과 제휴게임 뿐이다.
자금조달 능력이나 업무 제휴 능력, 판매 등에 있어서 재능이 있었던 CEO일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만 봐서는 애초에 '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아니 '창작'에 대한 마인드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창작품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게임을 예술의 한 형태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잠깐 등장하는 픽셀아트 하나도 디자이너들이 원화를 그린 후, 다시 PC로 작업하는 방식으로 창작을 해왔기 때문이다. 각각의 게임이 미술, 문학, 음악 등의 여러 분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고 게임 소비자들은 그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게임 제작자가 되어 그러한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초창기 패키지 게임 제작사들이 그러했고, 초창기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그러했다. 또한 초창기 모바일게임 제작사들이 그러했다.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그들의 헌신으로 시장이 형성되면, 게임을 '산업'으로 보고 달려드는 수많은 이들이 단기에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게임을 제작하여 시장에 제품을 쏟아냈다. 나는 그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어찌되었든 그들 또한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게임'에 대한 논한다면, 나는 코웃음 칠 것이다.
지금까지 본 약력만으로도 이 분이 창작 작업에 대해서는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현재 온라인 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타회사 개발자를 데려와서 타사의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도용한 건-은 결정적으로 이 분이 '게임'을 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책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대체 어떤 콘텐츠에 이렇게 메시지도 없고 스토리도 없는가? 콘텐츠라고 하려면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한 감동도 주어야 한다. 소설책의 경우. 기본적인 재미 외에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어서 독자에게 여운을 남긴다. (……) 이처럼 (온라인)게임에는 스토리와 메시지, 감동이 모두 빠져 있으므로 콘텐츠라기보다 ‘시간 때우기 도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 게임 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71 page
근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아시나요? 한 번도 제대로된 '콘텐츠'를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남의 콘텐츠를 배끼거나 단지 플랫폼만 바꿔서 서비스해왔던 분이 '콘텐츠'를 운운하는 건, 우끼지 않나?
이는 마치 자기 소설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남의 소설을 배껴 내던 사람이, 다른 소설가들을 비판하는 꼴이다.
2. 실험을 했다라는 함정
예전에도 MBC가 '게임이 유해하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수를 행해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실험이라는 것도 약간의 사회과학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황당한 내용이다.
어떠한 가설을 세운 후,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한다면 최소한 대조군이 있어야 한다. 또한 실험과정에서 다른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른 변수는 통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책 내용 어디에도 이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런 개념이 없었다고 보는게 더 정확할 듯 하다. 책의 내용은 실험이라고 말하기도 매우 민망한 수준의 것이다. 그냥 저자 본인이 열심히 게임을 해본 후, 내가 게임을 해보니 안좋은 점이 있더라 라는 자기고백을 기술한 것이다. 물론 이 또한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데 있어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수많은 데이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실제로 그 영향이 게임 때문에 일어났는지도 불분명한 그런 데이터.
결론을 얘기하면, 이 책의 저자는 애초에 말할 수 있는 진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 뭘 알아야 진실이든 거짓이든 얘기할 것 아닌가? 그냥 수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저자의 편견에 기초하여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과 경험을 서술했을 뿐이다.
그리고 게임회사(또는 게임업계 종사자)가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따위는 없다. 오히려 진짜 불편한 진실은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한 게임 중독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 최초에 중독되는 지점은 부모가 자기를 이해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 지점에서 아이는 다른 수단을 찾고, 아이들의 놀이 매체가 다양하지 못한 우리 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그것이 PC게임이다. 그리고 부모가 이 순간을 여러 가지 이유로 알아채지 못하다가 그것이 심화되는게 대부분의 경우다. 사전에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원활한 집안에서 아이가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게임 중독에 빠지는 사례를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또한 꼭 게임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문화 콘텐츠에 대한 보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게임은 나쁜 것이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게임 같은 하나의 문화 장르를 좋고 나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설의 경우, 여러 소설들을 좋은 소설, 나쁜 소설이라고 각자의 주관적 평가에 기초하여 분류할 수 있겠지만 소설이라는 장르 전체를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게임도 하나의 문화 장르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애초에 창작물에 대한 좋고, 나쁨의 평가도 각자의 주관에 따른 것이지, 절대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작품, 나쁜 작품은 없다. 마찬가지로 그 어느 게임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없다.
P.S. 글을 쓰다보니 오히려 저자가 더 안스러워진다. 아마 저 책 내고 욕많이 드셨을텐데...
그나마 같은 업계에 있던 사람으로서 욕 먹은 만큼 돈이나 버시길.
(그런 점에서 나도 노이즈마케팅에 동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