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s Diary

요 몇일 회사에 천부경 티셔츠를 입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하루는 같은 회사 직원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환단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당시 대화 분위기에서 위 질문 자체가 매우 뜬금없는 주제 였을 뿐더러, 그 순간 질문하는 분의 어투와 분위기 등에서 그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기 때문에 기분이 매우 상했다.

그러나 무지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답변 대신 오히려 되물었다. 물어보신 분이야말로 환단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조금 당황한 듯 하더니. '위서라고 하던데...'하면서 말을 흐렸다.

'단월드 = 천부경 = 환빠'라는 공식으로 인식하고 당연히 환단고기에 대한 열변을 토할 것으로 생각하고 물어봤는데 내가 오히려 무덤덤한 표정으로 되물어보니 당황한 듯 했다.

 일단 '환빠'와 '환까'로 나누어서 보는 2분법 자체도 짜증나지만. 민족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민족주의자'나 '국수주의자'로 왜곡되는 상황이 참 싫다.

 국학운동을 하는 분 중에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정설로 규정하거나, '무조건 우리 민족이 최고야' 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자기 밥그릇이 깨어질까 두려워 '검증'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종종 표하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미 국내 학계에서도 천부경을 비롯한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와 고대사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상당히 많이 생겼고, 얼마 전에는 이들 중 일부가 드디어 직접 옛 땅을 밟으며 조사도 했다. 세계 학술 대회에서 우리의 홍익인간 정신이나, 천부경 안에 담겨있는 천지인 정신에 대해 발표하고, 중국, 일본의 학자들과 함께 역사 분쟁을 평화롭게 조율하기 위해 학술모임도 국학원에서 계속 개최중이다.

 우리의 바른 역사를 탐구하는데, 강단, 재야라는 구분이 무의미해진지 오래이며 이제는 학술연구 차원이 아니라 기존에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화운동의 단계에 와 있다.

 그렇기에 '환단고기'가 위서인지, 아닌지. 솔직히 이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 소모적인 논쟁은 우리 나라의 바른 역사를 탐구하고,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회복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어느 박사님께서 강연하셨던 내용처럼 삼국사기 하나 만, 제대로 연구해도 상당히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단 삼국사기 뿐이라, 굳이 논란이 있는 책 안봐도 우리는 놀라운 사실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인식의 전환점에 환단고기가 있기 때문에 그 책의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환단고기는 가치가 있다. 환단고기가 없었으면 아마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고유의 정신문화를 찾아보고자는 하는 노력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국학 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굳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한다면, 당연히 후대에 작성된 책이라 앞, 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많을꺼라 생각한다. 그러나 환단고기는 애초에 새로 작성한 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저작물을 옮겨서 재구성한 책이다. 즉 그 오류들이 환단고기의 소스가 되는 책들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환단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애초에 그 소스를 찾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위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소스가 되는 책들이 진짜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주장, 그리고 저자 계연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 의심스럽다는 주장, 그것도 결국 환단고기를 굳게 믿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가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애초에 쌍방이 위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fact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스가 되는 책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저자에 대한 정보 또한 매우 희박하여 저자를 찾을 방법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보통 추적해보는 방법이 계연수 이름 가지고 하는 건데, 그 이름이 가명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저자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워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가설을 세우고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자료를 가지고와 합리화할 뿐이다. 환단고기에 대한 논쟁은 그렇기에 '위서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가서는 계속 평행선일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 갈등만 심화시킬 뿐 아무런 생산적 결과를 낳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환단고기가 담고 있는 방대한 우리 고대사 Data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까지 그 정도의 data를 가지고 있는 책이 우리에게는 없지 않은가? 이미 많은 사람이 환단고기를 통해 우리 역사 역구에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학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비단 학자들 뿐이 아니다. 이미 많은 예술가들(음악가, 미술가, 만화가, 영화감독 등)이 여기서 소스를 얻어 우리 문화계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환단고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렇기에 소중한 책이다. 이제 학자들이 할 일은 그렇게 세워진 우리 역사에 대한 가설들이 사실인지, 아니면 틀린 것인지 증명해보는 것 뿐이다. 그걸 학자들이 안했었기에 인터넷에 '~카더라'하는 우리 역사에 대해 검증도 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계속 확대 생산된 것이다.
 국학운동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가설을 100% 믿지도, 그렇다고 100%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실 진짜 안타까운 것은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

 단군왕검이 곰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웅족의 여인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얘기를 했더니, 아예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 탄생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어이를 상실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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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21:10 2008/09/26 21:10
Posted by 그냥
Diary l 2008/09/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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