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님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도 다니고 했었는데 어느새 아득한 일이 되버렸네요.
여유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혼자 가는 것이 싫었던 듯. 아 그러고보니 성인이 된 후에도 콘서트를 갔었네요. 015B 컴백 콘서트를 갔었습니다. 이제 생각났어요. 콘서트는 매우 좋았는데 밤 늦게 혼자 오는 길이 참 외로웠다는... 그 뒤로 같이 콘서트 보러 갈 사람을 찾다가 오늘에까지 이르렀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희정님의 콘서트가 가고 싶어졌습니다. (이것은 희정님의 매직?) 근데 번번히 놓치곤 했죠.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지 했는데 표 예매직전에 일전에 경험했던 쓸쓸한 기억이 올라왔습니다. '아,이번에도 다 커플이고 나만 싱글이면 어쩌지?' 다행히도 희정님이 직접 트위터 답장으로 나의 이런 걱정을 날려주셔서 예매.

공연이 끝난 지금.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싱글들이 많이 왔다는 것이 아니라 공연 자체가 제가 생각했던 콘서트 분위기와 달랐어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왔다면 그 사람이 같이 한희정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 몰입에 방해될 듯. 커플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혼자 보러오는 것이 낫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한희정님의 공연은 잘 정제된 언어들로 수 놓아진 한 권의 시집 같았어요. 그것을 음미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그녀의 노래는 한 편, 한 편이 시였고 무대의 배경은 그 시외 함께 시집에 그려진 일러스트였으며 노래 사이에 재생된 영상은 시인이 직접 전하는 영상편지였어요.
지금 와서 다시 돌이켜보면 매우 단순한 구성입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만을 봐왔던 이라면 초라하게 느낄 수도 있는 밴드와 무대. 그러나 희정님의 보이스는 시종일관 무대를 압도했고 저는 그 에너지에 빨려들어갔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때로는 파워풀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노래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의 에너지를 뿜어내셨고 저는 그 모습에서 잠시도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노래였지만 음반이나 mp3로 들었을 때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단순히 라이브로 듣는다라는 차원을 넘어서 희정님 노래의 진짜 매력이 무었인지를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전에 희정님의 노래를 좋아했던 것은 특색있는 보컬, 기성가요들과는 조금 다른 내용, 다른 분위기의 노래다 라는 정도 였는데. 이날 콘서트에서 느꼈던 매력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한희정님이 만들어왔던 그녀의 음악세계 자체였습니다. 가수는 정말 노래로 말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mp3로 음악을 즐길 때는 가사가 맘에 들거나 멜로디가 끌리면 그 음악을 좋아하는 식이었죠. 근데 콘서트 장에서 접한 음악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러한 것들은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이고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에너지였습니다.
그건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에너지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꺼내 쓰지 못하고 있죠. 희정님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이 날 콘서트장에서 꺼내보여주셨고 저는 음악을 통해 그 에너지와 공명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역시 가수의 진면목은 무대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얼마전에 일밤 나는 가수다 편을 보면서도 막연히 느꼈던 건데 오늘로 아주 분명해졌네요. 많은 가수들이 그럼에도 공연보다는 예능프로에 나와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신해철이 전에 이런말 한 적이 있어요. "가요계가 10대 팬 위주로 구성되는 것에 대해 욕만 하지말고 퇴근 후 술 먹고 직장상사 욕이나 하면서 시간 보내는 대신 그 술값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찾아가라. 그러면 30~40대를 위한 음악 시장도 활성화 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저도 종종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아무튼 한희정님 오늘 최고 셨어요! 멋지삼!
하얀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서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은 여신 그 자체이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