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안읽은지 오래 되었다. 한 때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문학공부도 했었는데... 소설을 떠나서 문학자체가 낯설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무더진 감성을 실감했다.
근데 허수아비춤은 나에게 소설이라 보기 어려웠다. 처음 이 책을 알게된 것도 문학잡지가 아닌 시사잡지였고(시사In) 읽으면서도 소설이라기보다는 고발성 르포기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모르는 분들은 설마 우리 나라에서 대기업이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이 소설이 소설의 허구성을 빌려 그동안 재벌기업이 했던 내용을 까발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내용만 놓고 보면 재밌을거리가 없다. 딱히 신선한 내용도 없고 스토리전개도 뻔하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작가의 필력이다. 마치 달변가의 말을 들을 때처럼 그 얘기의 흐름에 빨려들어간다. 막상 그 순간을 벗어나면 그저 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소설로서의 재미나 문학작품이 가져다줄 감동을 떠나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아니 읽지 않더라도 조정래라는 큰 작가가 전하는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우리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할 일이다. 당신이 흔히 말하는 상류층. 골든패밀리가 아닌 이상, 당신의 무관심과 무지는 그들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더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덕분에 우리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뭐, 물론 특정이들에게는 지금 이 시기가 최대의 호황기이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도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는 것은 첫째로 정치와 개인 생활의 연관성을 찾지못하는 이들이 기권을 하거나 묻지마 투표를 하기 때문이며 둘째는 기득권이 있는 이들일 수록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급투표를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다른 요인으로 투표를 하는 까닭에 표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근데 이 문제가 비단 정치에서만 벌어지는 문제일까? 나는 오히려 경제문제에서 더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어떤 식으로든-그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부를 획득한 이는 그 부가 소진 될 때까지는 임기없는 권력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본주의에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히 이 상태 그대로라면 그 야말로 야만적인 세상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법치국가는 여러 법을 통해 설사 설사 돈이 많다고한들 그 힘을 함부로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법이 권력과 자본 앞에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이정부 들어서는 아주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히려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다. 경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우리 나라에서 경제 민주화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소설 허수아비 춤에서는 그 대안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직접적인 권리 행사와 시민단체의 견제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이는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우선 소비자들이 그러한 이념적 소비를 위해 조직화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조직화 했다고 해도 불매운동 등이 실제 기업에 미치는 타격은 그리 크지 못하다. 그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그것이 기업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으나 직접적인 타격이 되지는 못한다. 또 예를 들어 집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품들의 경우는 불매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NGO가 대안 세력으로 부각되고는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NGO가 GO를 보완할 수는 있어도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업을 보완할 수는 없다.
근본적이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은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정치 민주화에서 핵심은 국민주권의 존중과 권력분산이다. 경제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부패한 언론에 대항하여 국민주주들의 자본금으로 한겨례를 설립했듯이, 지금의 대기업들을 대체할 기업을 특정 일가나 정부의 자본이 아닌 국민 대다수를 주주로 하는 형태로 세우는 것이다. 기존 대기업들로는 대안이 없으니 우리가 직접 대안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설립된 기업은 당연히 주주가 국민 대다수이니 국민 전체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향으로움직일 수 밖에 없고, 당연히 투명한 감사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단기성장을 위해 과거 우리가 택했던 방법은 십시일반으로 세금을 정부에게 몰아주고, 정부가 그 돈으로 몇몇 특정 일가에게 몰아줘서 대기업으로 만들어주는 거였다. 근데 그 결과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생겼을망정, 그들은 이를 가능하게 한 국민 전체의 이익에는 기여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이 같은 방법은 곤란하다. 또한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현재 사회적 기업이 트랜드이다.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회사의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민주적인 기업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