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s Diary

 지금은 지구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지만, 전에는 국학운동을 하는 활동가였다.
 그리고 국학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이 공격받은 내용은 나를 국가주의(nationalism)나 민족주의(또는 국수주의)자로 매도하는 거였다. 국학운동 자체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나 또한 그런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꺼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이를 극복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면에서는 그들이 매도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통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이는 다수의 다른 국학운동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MB정부 이후, 가짜 시민단체들-NGO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GO인. 즉 관변단체들-과 일부 개념없는 어르신들이 자신들이 나라를 지키는 동안 네들은 뭐했냐? 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들을 때면 확- 피가 끓어 오른다.
 나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이니까, 그 분들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나 또한 격동의 역사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격동의 모습이 그 분들이 경험한 것처럼 눈 앞에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는 모습이 아니었을 뿐이다. 내가 아는 기억만으로도 대한민국은 6.25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 몇 차례 있었고 적어도 나는 그 시기 때마다 개인의 안락한 삶에 안주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솔직히 노골적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망발을 일삼는 일부 노인분들께서 진짜로 6.25 때 나라를 위해 싸운 분인지는 의심스럽지만-내가 아는 진짜 참전용사분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 진짜로 그 분들이 당시에 나라를 위해 싸웠던 분이라면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싸웠습니까?"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은 생존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한다. 전시 상황에서는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일 것이고, 지금 같은 비전시 상황에서는 나와 내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자본주의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다른 경제주체와 싸운다. 그런데 솔직히 이 단계에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하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결과론적으로 자신의 노력이 후대에게 이바지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나 민족 따위를 운운하는 것은 우끼는 일이다. 왜냐하면 분명 이렇게 산 사람은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개인주의자를 비난하거나 그것이 열등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 또한 존중받아야할 개인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우끼다고 느끼는 것은 그렇게 산 사람이, 국가나 민족 등을 거론하면서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 때의 국가나 민족은 단지 대의명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짜로 그것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그 행동은 정말 모욕적인 언행이다. 짝퉁이 진짜 메이커 앞에서 거들먹 거리는 거라고 할까? 그리고 솔직히 진짜 메이커들은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는데, 짝퉁들이 자기를 고급 브랜드로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설쳐되는 꼴이라고 할까.

 국가나 민족이 아니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상이 있고, 자기가 추구하는 바가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면, 그 이상과 가치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닌 이상 나는 그 분의 삶은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이나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추구한 사람에게는 항상 보면 그에 따른 향기가 난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바로는 그렇다.

 왜 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가? 먼저 이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주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만약 지금의 국가 공동체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수준에 있다면 해체시키는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스템을 해체하고 새로 만드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 뿐더러 그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동참을 해야 하는데, 그들이 꼭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준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경우는 현 시스템 아래에서 서로간의 차이를 조율해가면서 가치를 추구하는게 맞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영웅이 아닌, 다수의 대중이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를 지켜왔던 나라였다. 이 때문에 나는 이 나라를 신뢰한다. 정확히는 우리 나라 사람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실망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러한 사람들에게조차도 눈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이들의 총합인 국가를 지키고 싶다. 정확히는 내가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를 계속 유지 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나를 보수라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이게 진짜 보수라고 본다.

 최근 안보교육이랍시고, 학생들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전쟁 시나리오를 공모하는 행태를 보면서 나는 정말로 이 정부는 전쟁을 일으킬 생각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는 저들 또한 적어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살짝 의구심이 들고 있다. 외국 친구들에게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네 나라 전쟁 날 것 같아. 너 왜 한국을 안뜨니?'다. 오, 마이 갓. 그러한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나는 사실 부끄러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내가 추구해왔던 가치가 '평화'이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나는 오히려 우리 나라가 그러한 면에서 전 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왔다고 자부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그것이 다 뒤집어지고 있다.

 올 해로 6.25 60주년이다. 형식적인 기념행사말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왜 이 나라를 지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아닐까?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매우 추락한 시점에서 이 체제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희망은 국민 개개인의 애국심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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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03:20 2010/06/25 03:20
Posted by 그냥
Diary l 2010/06/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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