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s Diary

 알고 지내는 IT업계에 계신 분들과 얘기하면서 전자정부의 허와 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먼저 전자 정부를 이뤄내어 그 점이 자랑이었다. 이 또한 우리가 자랑하는 높은 IT인프라에 한 축으로 평가 받았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먼저 전자정부를 구축한 한국을 방문하여 이를 배워가려고 했고, 많은 나라의 관계자들이 실제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흘러 그러한 나라들에도 IT전문가들이 많이 생기자, 한국정부 사이트들이 UI만 예쁘게 되어 있을뿐 그 로직은 표준화된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아 유지보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끄러움을 알게된 한국 정부도 이제는 찾아오겠다는 다른 나라들을 일부러 물리치는 상황이란다.

 한국의 IT는 어느샌가 갈라파고스 섬으로 불린다. 전세계의 IT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우리들만의 표준으로 꽁꽁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낡은 '계획경제체제'가 부른 한국 IT산업의 몰락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 ··· %3Dm0006)

 이번 아이폰 출시가 의미를 가지는 것도 단순히 인기 휴대폰이 나온다는 사실 보다는, 아이폰이라는 단말기가 출시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모바일 산업 구조와 비합리적인 체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그것을 논쟁의 바다 위에 올려놓았고, 아이폰이 출시됨으로써 그러한 불합리한 체제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폰에게만 예외를 적용한다면 다른 단말기 벤더들로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라파고스 현상에서 가장 심한 곳은 웹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의 웹사이트들은 공인인증서와 Active-x 없이는 대부분 이용이 불가능하다.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의 사이트들은 아예 사용을 못하고, 사설 웹사이트들도 Active-x 사용을 당연히 여긴다. 각 웹사이트들은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굳이 Active-x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도 Active-x 기술로 구현하여 사용자의 컴퓨터에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 설치를 강요한다.

 이러한 면은 습관적으로 Active-x 설치의 '예'를 누르고, IE를 사용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못느끼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나의 웹서핑에서 해외 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구글크롬을 브라우저로 사용하면서 한국의 웹이 세계적인 경향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구글크롬으로는 인터넷뱅킹은 물론 대부분의 국내 사이트에서 결재나 물품 구입 등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어떤 사이트는 로그인도 되지 않는다. -_-
 이는 단순히 Active-X 기술 남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한국 웹사이트들이 철저하게 IE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연히 웹표준이 존재함에도 이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웹표준을 따른다면 구글크롬이 아니라 그 어떤 웹브라우저에서도 돌아간다. 모든 웹브라우저는 웹표준을 준수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MS가 각 IT회사들에게 돈을 준 것도 아닌데 어느 새 한국의 웹 환경은 MS에 종속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IE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에서 한국과 중국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일 수도 있지만 IT회사들은 한국유저들이 대부분 IE유저라서 IE유저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유저들은 웹사이트가 IE에서만 온전하게 돌아가서 IE를 쓴다고 한다.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고 FireFox나 나처럼 구글크롬 등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이러한 사람들은 매니악한 층에 속한다.

 옛날 자판 논쟁이 생각난다. 나는 여전히 한글 자판으로 3벌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그 어떤 면으로 비교해봐도 3벌식 자판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결과 실험사례들이 증명하듯이 3벌식은 2벌식보다 빨리 배울 수 있으며, 오타율도 훨씬 적다. 또한 2벌식 타이프라이터가 500타 이상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에 3벌식 타이프라이터는 700타에서 많게는 1000타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아무 이유없이 정부의 표준은 2벌식으로 정해졌고, 모든 컴퓨터 키보드가 2벌식으로 인쇄되서 나오면서 사람들은 생각없이 그것을 쓰고 있다. 훨씬 비효율적인 영문 자판인 QWERTY가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정부에서 정한 표준이나 가이드라인이라는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보안을 강화시켜준다고 생각하는 공인인증서는 실제로 보안을 증진시켜주지 못한다. 쓸데없는 절차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공인인증서'라는 절차 때문에 한국 정부 사이트와 금융기관 사이트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해외 거주자들은 사용할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관련글 : “한국형” 보안 기술의 취약점 http://openweb.or.kr/?p=1552)

 외국의 보안 전문가들이 전자서명 기술을 몰라서 공인인증서 도입을 안하고, E2E 보안 플러그인이나 ActiveX 를 사용않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보안에 별 도움도 되지 못할 뿐더러 사용자 편의성을 오히려 악화시키기 때문에 사용안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Active-X를 깔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라는 것은 사실 폭력에 가깝다. 그 프로그램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지 특정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프로그램 설치를 종용받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는 그게 싫으면 아예 그 웹사이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갈수록 사용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는 경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이데로가면 한국은 IT후진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끼리 IT강국을 외쳐덴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Web의 첫 번째는 개방성이다. 사람과 정보가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쓰지 않는 우리만의 자물쇠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세계적인 웹사이트나 IT회사는 나오기 어렵다. 국내에서 성공했다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특수한 국내 환경에 적응한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위터와 같은 세계적인 SNS는 결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메일주소와 비밀번호 만으로 가입되고 로그인되는 사이트가 이해가 안되는 곳이 이미 대한민국이니 말이다.

 오픈웹은 이제 생존의 문제이다. 이러한 것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IT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OpenWeb 운동에서 정부기관 소송을 꾸준히 하고 계신 김기창 교수님을 지지한다.
(관련글 : Open Web Activity http://korea.gnu.org/openweb/indexTMP.htm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9/09/24 11:59 2009/09/24 11:59
Posted by 그냥
IT l 2009/09/24 11:59

TRACKBACK :: http://gy.pe.kr/tc/trackback/384

1  ... 213 214 215 216 217 218 219 220 221  ... 500 

카테고리

전체 (500)
Diary (109)
Il-chi Lee (58)
Kook-hak (28)
Earth (29)
Economics (11)
Politics (43)
Business (1)
Issue (107)
Game (26)
English (17)
media (14)
IT (28)
iPhone (7)
Web Technology (5)
Travel (15)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get rsslazylog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