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s Diary

일단 전반적인 분위기는 언론은 찬양하고 네티즌은 까는 분위기인 듯 한데.
이러한 흐름에 나까지 동참하는 듯 해서 좀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지울 수 없는 생각들이.

1. 순수한 재산 헌납이 아닌 정치적 약속의 시행이었다는 것
어느 나이든 할머니가 평생 번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뭐, 이런 종류의 미담이 아니고. 대선 당시 수많은 의혹과 도덕성에 대한 시비가 일어나는 가운데, 이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나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라고 말한 것이었다는 점이었다. 즉, 정치 공약의 성격이 강하고 실제로 이 때문에 투표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었기에 순수한 기부로 보기는 이미 어렵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대통령의 당시 태도는, 문국현 후보가 평생 기부를 하며 살아온 것과 자꾸 대조되자 자기는 그보다 더 통이 큰 사람이다 라는 것을 과시하려고 하는 면이 적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도 정말로 남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만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2. 꼭 재단이어야 했나?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이미 '기부'자체가 정치의 수단이 되버린 상황에서-야당은 기부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며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대통령은 이 카드가 쓰일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리는-국내에서는 가장 이미지 개선 효과가 낮은 재단이라는 카드를 썼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본래의 재단은 민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복지시스템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많은 재단법인들이 부자들의 세금회피와 재산축적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재단설립은 이미지를 개선 시키는 경우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오히려 쌓는 경우가 더 많다.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들도 이런 것을 모르는 바보가 아닐진데,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로 이미지 개선을 노렸다면 이미 사회적으로 공신력을 획득한 민간 단체에 재산을 투척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었다. 그런데도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왔다.
 
아니면 정말로 그 돈이 효율적으로 쓰이는 것을 원했다면, 돈만 내놓고 그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뽑인 사람들은 바탕으로, 어느 이해관계도 매여 있지 않은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거기서 사용 방법을 논의하는 형태로 갔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단'을 선택했다는 것은, 결국 재산을 직접 관리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부'라고 말해놓고는 막상 내놓을 시점이 되자,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이들에게 재산을 건네주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거다. 이번에 설립되는 재단관계자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지인이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는 점이 이러한 심증을 더 굳히게 만든다.

또한 재단 운영진은 본래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말 돈을 공정하게 본래의 취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독립성을 가져야할 기관 중에 단 한 개라도 가만 내버려둔 사례가 있었는가? 국가 기관인 검,경찰,국세청,감사원의 독립성을 제일 먼저 무너뜨렸던 그가 일개 사설 법인조직인 재단의 운영진이 스스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버려 둘까? 더군다나 그 재단법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명박이 기부한 돈으로 설립된 재단에서 월급을 받는 상황인데 말이다. 아마 이명박이 따로 지시를 안해도 알아서 이사장이나 운영진들이 이명박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위와 같은 의심들을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부를 했다고 해도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약속을 지켰다'라고 생각되는게 아니라 '역시나 그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려(나쁜 쪽으로)'라는 생각이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이 걸 계기로 기부 문화가 확산되리라는 설레발을 치는데, 아무리 그것이 으레 하는 멘트라 하더라도, 솔직히 이걸 계기로 축적된 재산의 법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가 더 확산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삼성의 이씨 일가가 처음 이러한 시도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저렇게 하다니 머리가 좋은데?' 정도였다면, 아마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도 저렇게 하는데, 나도 저런 식으로 재산을 회피하면 어때.'라고 말할 사람이 늘어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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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01:24 2009/07/08 01:24
Posted by 그냥
Issue l 2009/07/0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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