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s Diary

2년 전 포스트. 자료 보존 차원에서 이곳에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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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등장하는 말들이 일본식 또는 미국식 RPG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러한 구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며, 그러한 RPG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 것일까?

참고로 아래의 말들은 한국에서만 사용됩니다.

일본식 RPG

보통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RPG를 일본식 RPG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 RPG가 아니고 일본식 RPG일가? 그것은 첫 번째로 RPG의 전통을 서양에서 만들어진 RPG에서 두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RPG란 것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서양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게임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RPG 장르에 있어 창시자가 아니라, 이를 받아들여 자기 입맛에 맞게 변형한 나라죠. 그렇기때문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RPG들은 전통적인 RPG 유저들로서는 RPG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단지 RPG에서 부분적인 요소들만 가지고 왔을 뿐이죠. 그래서 RPG는 RPG이데, 일본인 기호에 맞게 만들어진 RPG라는 의미에서 일본식 RPG라는 말이 생긴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미국식 RPG와 정통 RPG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RPG가 전통적인 RPG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데도 말입니다.)

 일본의 RPG 역사는 1980년대부터 시작합니다.. 80년대 일본에 TRPG가 소개되고 큰 붐이 일어났죠. 더 나아가 일본에서는 자체 TRPG도 만들어냅니다. 일본 SNE그룹이 D&D룰북을 모방해서 만들어낸 '소드월드'가 바로 그것입니다. (소드월드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있는지 설명드리자면, 소설 로도스도전기의 배경이 소드월드입니다.)



 

<소드월드>


 그러나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RPG는 서양의 RPG와 큰 차이가 없었죠. (로도스도전기 등을 통해 엘프의 이미지가 미소녀로 고정되는 등의 부분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어차피 RPG는 각 사람들이 세계관 만들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일본 RPG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 부분은 CRPG쪽이었습니다. 아래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미국은 CRPG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기존 TRPG가 가지고 있던 요소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왔죠. 반면 일본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 일본 최초의 CRPG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CRPG는 1986년도에 발매된 '드래곤퀘스트'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일본 최초의 CRPG는 플랫폼이 패미콤이었습니다. -_-
 미국의 CRPG가 PC(Personal Computer)에서 출발한 것과 큰 차이죠.

 자, 그럼 여기서 패미콤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패미콤은 버튼이 2개 밖에 없습니다. select, start 버튼을 포함해도 총 4개 밖에 안되죠. 더군다나 초기의 패밀리게임기는 백업스타일이 세이브방식이 아닌 패스워드 방식이었습니다. 패스워드 방식은 지금은 쓰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잘 모르실 듯 한데, 설명을 드리자면 게임 종료시에 현재의 데이터를 암호화시킨 문구를 보여주고, 이후 재개할 때 그 문구를 입력해서 이어서 플레이하는 방식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에 들어가는 데이터가 최소한으로 단순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단순화시키느냐?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자유도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CRPG를 만드는데 있어, 플레이어의 자유도는 게임 제작자들에게 큰 골치거리였습니다.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할 때에는 누군가가 "나는 저 남자랑 싸우는 대신에, 저 옆에 여자를 꼬실래"라고 해도, GM이 사람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처가 가능합니다. "그 여자는 너의 작업 멘트에 콧바람을 날렸다"라고 답변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컴퓨터 게임이라면, 유저가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모두 프로그래밍을 해놓아야만 합니다. 결국 실제의 CRPG는 TRPG 유저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자유도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다만 근접했죠. 그 유명한 울티마조차도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자유 행동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미국의 경우 가능한 높은 자유도를 구현하려고 했죠. 반면 일본에서 제작된 RPG는 그 자유도 자체를 과감히 없애버렸습니다. 그런면에서 일본 RPG는 RPG라기보다는 재밌는 소설이나 만화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소설이나 만화보다는 좀 더 깊이있게 주인공에 몰입하여 체험할 수 있게 되죠.

 이에 대해서는 비단 기술적인 제약 외에도 문화적인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김학규씨는 이를 "'스포츠 문화'와 '만화 문화'의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굳이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아본다면 미국식 게임은 클럽 스포츠의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일본식 게임은 만화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략) 미국식 RPG는 클럽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테이블 위에 도구들을 차려놓고 심판의 역할을 하는 마스터의 주도하에 즐기는 스포츠에 가까운 TRPG가 모태가 된 반면, 일본식 RPG는 인기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씨의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드래곤 퀘스트가 시발점 역할을 한 점에서도 그 흐름이 다름을 이해할 수 있다."

                                                                                                               - 김학규

미국식 RPG
 이 또한 미국에서 만들어진 RPG를 보통 미국식 RPG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왜 미국 RPG가 아니고 미국식이냐? 이는 역시 일본 RPG의 등장으로 인해, 그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 생긴 명칭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 최초의 CRPG는 리차드게리엇이 1980년에 만든 울티마였습니다. 울티마I은 처음 Apple IIe용으로 제작되었다가 이후 Atari, Commodore 64 등으로 컨버팅 되었죠. 그러고보니 MSX 버젼도 있었습니다.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최초의 CRPG는 Akalabeth 입니다. 울티마 0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인데요. 상업용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고 리차드게리엇이 취미로 제작된 게임입니다.)





 

<울티마 I 게임화면>


 울티마는 그 시작 자체가 기존 TRPG 요소에서 많은 것을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리차드게리엇(Richard Garriott)이 TRPG매니아이기도 했구요. 울티마 I에서 보면 게임 시작시 종족을 선택합니다. 능력치도 랜덤하게 만들어지구요. (지금 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이름도 입력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특정한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플레이해나가는 드래곤퀘스트와는 분명 다릅니다. 또한 게임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물을 직접 다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길을 걷다가 발견한 나무를 깍아서 불을 피운다음, 지나가는 사슴을 사냥하여 그 불에 구워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는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수 많은 퀘스트가 게임 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유저는 그 퀘스트들을 수행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딩을 위해 어떠한 약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것을 꼭 정해진 스토리 전개에 따라 사람을 만나서 구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도 있고, 심지어 그 약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서 훔칠 수도 있습니다. (훔치는 스킬이 상당히 수준이 높아야겠지만요.)

 미국식 RPG vs 일본식 RPG
 앞서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보죠.

 일단 이러한 구분은 CRPG에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TRPG에서는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식 RPG

일본식 RPG

1. 높은 자유도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법이 한, 두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다.)
2.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환타지 세계에 등장시켜 모험하는 형태
3. 각각의 모험이 중심

1. 직선형 구조
2. 이야기 속의 어떤 캐릭터를 대신 조종하는 형태
3. 스토리가 중심

대표게임
울티마 시리즈, 던젼앤드래곤 시리즈, 위저드리 시리즈
대표게임
드래곤퀘스트 시리즈, YS 시리즈, 영웅전설 시리즈, 파이날판타지 시리즈



정통 RPG?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불분명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딱 까놓고 결론부터 얘기하면 서구우월주의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무슨 음식집 원조 논쟁 하는 것도 아닌데, RPG에서 정통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지만. 굳이 정통성을 따지겠다면, 그 기준이 무엇인가가 명확해야죠. 자, 그러면 그 기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가장 논리적인 답변은 D&D Rule Book입니다. 분명 최초의 RPG는 D&D이고, 따라서 어떠한 RPG가 D&D Rule을 충실히 따랐느냐로 정통성을 판별하는데는 아무런 유감이 없을 겁니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미국식 RPG=정통 RPG'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한국사람들에게서 발생합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울티마를 정통RPG라고 생각하는데, 울티마는 이 기준에서 보면 정통 RPG가 아니거든요. 초기의 울티마는 D&D식의 TRPG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울티마는 서서히 독립된 틀을 갖추기 시작했고 사실 D&D와는 또 다른 형태로 완전한 세계를 구축한 것이 오히려 울티마가 오늘날까지 위대하게 여겨지는 점입니다. 그리고 울티마는 파티원을 모아서 던젼을 탐험하거나 캠페인을 수행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지요. 그보다는 방대한 울티마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8개의 미덕을 지키는 것이 중심입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울티마를 정통 RPG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단지 하나. 높은 자유도 때문이겠지요.  결국 그들은 '자유도'라는 기준 하나만을 가지고 미국식 RPG는 '정통'이고, 일본식 RPG는 그 아류다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통RPG라는 말은 이러한 생각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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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ommons License
2008/07/13 11:35 2008/07/13 11:35
Posted by 그냥
Game l 2008/07/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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